기름밥 1화 <1979년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작> -정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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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쇼부갓 서울시내
□ 입사 □십여 년 만에 갖게 되는 직장생활의 출발이어서 앞으로 내가 일할 현장으로 가는 발걸음은 무척 설레면서도 조바심과 초조감이 있었다.총무과장의 뒤를 따라 현장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나의 시야에는 선명 한 진남색의 유니폼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수입금을 입금시키기 위해 부산한 아이들...각박한 직장무대, 바로 그것이었다.철제 책상을 앞에 놓고 무언가 기록하고 있던 김감독이라고 소개받은 마흔을 넘어 뵈는 여인은 얼굴이 야위어 날카롭게 보였으며, 안내원과 같은 진남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파마한 머리가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어서 새빨갛게 칠한 입술이며 볼연지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하면서도 내가 못 느끼도록 위아래를 두서너 번 쫙 훑어보았다. 그녀는 껌을 기운차게 씹고 있었다. 조금 전에 본 2층 사무실처럼 분위기는 어쩐지 어수선한 것 같았다.노무과장이라고 소개받은 사람은 현장에 어울리지 않게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는데, 서른을 갓 넘어 뵈는 청년이다. 큰 눈이 충혈 되어 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웠다.다시 총무과장과 함께 안내원숙소로 올라갔다. 건물의 1층에 현장사무실과 세탁소, 배차실이 있고 2층에 관리사무실과 중국음식점, 그리고 3층이 안내원숙소다. 안내원숙소는 양쪽에 큰 방이 있고 가운데 복도를 막아 만든 조그만 방이 있는데 그게 사감실이다. 그 방에서 보면 드나드는 사람은 전부 보이도록 되어 있었고 방안에는 손바닥만 한 책상과 땟국물이 흘러 보이는 납작한 이불이 하나씩 구석에 놓여 있었다.사감실의 최사감이라는 여자는 나이는 좀 들어보였지만 양볼에 살이 통통 찌고 눈웃음을 쳐서 친근감이 느껴졌다.들은 얘기지만 옛날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갔던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총무과장은 곧 내려가고 최사감과 나는 단둘이 남게 되었다. 그녀는 전기난로에 무언지 뒤적뒤적 말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잘 빨아지않은 팬티였다. 성질이 급한 사람인 듯 말을 더듬거리며 "빨리 말라야 입을 텐데..."하고 중얼댔다.최사감은 전혀 나와 초면이라는 걸 인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저 여자는 지금 팬티도 안 입고 나와 마주 앉아 있단 말인가? 고 생각 하니 기가 막혔다. 그녀는 역시 더듬거리는 말로 "정사감이라고 했지요? 나는 상무님이 추천해서 이 회사에 왔는데 아마 상무님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내 자리는 끄떡없다고. 이 직업이 말이야, 쉬운 것 같으면서도 아무나 못하는 일이거든. 글쎄, 나 먼저 두 사람이나 들어왔다가 1주일을 못 견디고 나가버렸다우. 그런데 정사감이 해낼까 몰라. 몸도 약해 뵈는데..."하고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현장감독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그녀는 한참 떠들고 나서 정색을 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그런데 정사감은 누구 소개로 여기 왔소?" 하고 물었다."글쎄요. 누구 소개라고 할까요. 특별히 내세울만한 사람이 없네요." "아니 경험이 없는 사람이 온다고 들었는데 정말 정사감은 사감경험이 조금도 없다는 말이요? 솔직히 말해 봐요. 기름밥을 전혀 안 먹어 봤다는 게 사실이에요?" 하고 다그쳐 물어왔다."네? 기름밥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기름밥이란 자동차업계라는 말이지." "나는 정말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어요." 했더니 최사감은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천진난만한 어린 애 같은 태도였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같이 대해주지 않아 부담이 없어 좋았다.□버스 회사의 간부들□"정사감, 회사 설명 좀 해줄까? 우리 회사는 사감 두 명과 감독 두 명이 현장과 숙소에 각각 두 사람씩 배치되어 있어서 둘이서 교대로 하루씩 근무하걸랑. 아침 10시에 출근을 해서 뒷날 10시에 퇴근을 하니까 그럭저럭 해먹을만하지 뭐."그러고는 최사감은 나를 데리고 양쪽 방에 차례로 들어가 소개를 시켰다."야, 새로 오신 사감님이다. 정사감, 정사감이야. 앞으로 말들 잘 들어 알았어?"한쪽 방에 100명, 한쪽 방에 50명이라고 하는데 피난민 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방안에는 군데군데 이불이 쌓여 있고 이발소 앞의 빨랫줄에 수건이 널려 있는 것처럼 서너 줄 되게 팬티가 쭉 널려 있었다. 이불을 편 체 누워 있는 사람이 많았다.최사감은 방을 나와 사감실로 오면서 말했다."저렇게 보기는 멀쩡한 아이들이라도 절대로 그 애들 말을 곧이 들어서는 안 된단 말이야. 전부 다 앙큼한 거짓말선수들이니까. 처음부터 단단히 휘어잡아야지, 만약 만만하게 보였다하면 저 애들을 다룰 수가 없어. 되잡힌다니까."그리고는 사장으로부터 중역들의 신상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사장님은 말이야. 마누라하고 이혼하고 현재는 홀몸인테 아주 멋쟁이야. 학교도 좋은 학교 나왔다나봐. 그리고 전무는 성격이 어떻게나 까다로운지 우리 사감과 감독들을 달달 볶아 못 견디게 해요. 마치 우리 마음속을 훤히 드려다 본 듯이 변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니까, 정말 입맛 없어. 얼굴조차 시커먼게 소름끼치는 인물이지, 아 참 그리고 조상무 봤죠? 그 사람 별명이 진시황이요. 기막힌 미남에다 또 재주까지 엄청나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아무튼 안내원부터 시작해서 입금 실까지 여자라면 무조건 색 쓰는 사람이니까 정사감도 앞으로 조심해요. 흐응, 재미있는 애기는 차차 알게 될 거야."나와 최사감이 마주 앉아 있는 동안 양쪽 방에서 안내원들이 몇 번이고 나와서 사감실을 기웃거리고 들어갔다. 내 인상을 좀 더 자세히 살피는 것인가 보았다.어떤 안내원이 환타 두 병을 가지고 왔다. 최사감은 빼앗듯이 낚아채서 한 병은 내게 건네주고 한 병에다 입을 대고 쭉 들이켰다. 그걸 비우고 나니 다른 아이가 중국집에서 사온 듯 김이 무럭무럭 나는 짬뽕 두 그릇을 날라 왔다."정사감, 여기 있으면 말이지, 느는 것이 욕하고 군것질뿐이야. 외출 나간 것들이 계속 사다주니까 입이 놀 틈이 없단 말이야."그날 사감은 오후 늦게야 톼근을 했다. 사감이 새로 와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제 시간에 퇴근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새벽 첫차□입사한지 이틀 째 되는 날이다. 새벽 4시쯤 됐을까, 현장에서 김감독이 끙끙거리며 무엇을 머리에 이고 숙소까지 올라왔다. 나더러 받아달라기에 받으려고 손을 댔더니 엄청난 무게였다. 한숨도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밝힌 나로서는 그 무게에 딸려 주저앉아버릴 뻔했다. 내려 놓고 보니까 책상서랍을 빼서 어른 주먹만큼씩 한 주머니를 가뜩 담은 것이었다."이게 뭡니까?""스피아돈"김감독은 깊은 숨과 함께 짧게 내뱉었다. 내게는 생소한 말이라 어리 벙벙한 표정으로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김감독은 숨을 몰아쉬며"차가 나갈 때 안내원이 가지고 나가 손님들의 거스름을 내주는건데 10원짜리 동전 40개와 5원짜리 동전 20개를 담아 백원씩의 잔돈을 준비해서 한사람에게 주머니 한 개씩 줘서 내보내지요. 마지막 회에 다시 회수해요."김감독은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무거운 것을 이고 3층까지 올라 와서 가슴이 벌렁거리는 듯 오른손을 왼쪽가슴에 갖다 얹으며 후유 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김감독이 한 수고는 원래 내가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욱 민망했다. 나는 바닥에 내려놓은 책상서랍을 두 손으로 다시 들어보았다. 역시 꿈쩍도 않는 무게다. 이토록 무거운 것을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김감독이 현장에서부터 이곳 3층까지 어떻게 머리에 이고 올라왔을까 하는 의아심도 나고 또 겁도 났다. 이곳에서 근무하자면 힘도 필요하고 억척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김감독이 시간표를 달라고 한다. 배차실에서 짜놓은 시간표를 갖다가 두 장을 써서 한 장은 출입하는 안내원이 잘 볼 수 있는 사감실 유리창에 붙여두고 한 장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김감독에게 준 것이다. 그녀는 배차표를 들고 작은 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방 가운데 놓여있는 대형 석유난로의 열과 거미줄처럼 많이 쳐놓은 줄에 널린 빨래 의 습기가 마치 한여름의 무더운 날 바닷가에서의 후덥지근한 것 같은 불쾌감이 확 풍겨왔다. 이불을 걷어차서 굵고 허연 다리통들이 이리저 리 걸쳐져 있었다. 거의 모두가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살을 다 내놓은 채 죽은 듯이 잠에 빠져 있어서 적막할 정도로 고요했다. 김감독은 쇼부갓 찢어지는 듯 앙칼진 목소리로"문숙자"하고 첫 차 안내원의 이름을 부르며 새벽의 고요를 깨뜨렸다. 대답하고 일어나는 사람은 없고 여기저기서 꿈틀거리며 돌아누웠다. 나는 그들 속에서 문숙자일 성싶은 몸짓을 찾았으나 구별할 수 없었다. 김감독은 한 바퀴 삥 둘러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쪽 구석 마루로 올라서더니 철썩 소리가 나도록 허벅지인지 궁둥이인지를 치며 "일어나! 일어나! 왜 부르는데 안 일어나!" 또 한 번 여기저기서 꿈틀거리며 돌아누웠다. 방의 오른쪽 구석에서 자고 있던 문숙자는 천천히 일어나 앉으며 열손가락을 펴서 머리에 쑤셔 넣고는 신경질적으로 벅벅 긁었다. 숙자가 일어나 앉는걸 보더니 김감독은 나더러"정사감, 쟤 나갈 때까지 옆에서 지켜요. 다시 또 누우니까."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큰 방으로 건너가 누구인가를 큰 소리로 꽥꽥 부른다. 아니나 다를까 숙자는 김감독이 방문을 나가기도 전에 다시 푹 쓰러져 엎드렸다. 나는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조심 떨리는 목소리로 "일어나지 그래, 웅?"그러나 내 손이 그의 등에 닿자마자 그는 세차게 몸을 좌우로 흔들며 "아이참, 안자요! 일어날 테니까 걱정 말아요." 하고 쏴붙였다. 어떻게나 퉁명스럽던지 순간 멍청했다. 그때 김감독이 다시 작은방으로 들어오며 아까보다 더 극성스럽게"아니 빨리 못 일어나겠니? 야! 일하기 싫으면 보따리 싸라니깐!"□피곤한 아이들□어제 저녁 잠자기 전에 자기가 나갈 시간이 몇 시라는 걸 배차 표를 봐서 다 알고 잤건만 아침이 되면 그까짓 욕쯤이야 하거나 말거나 버틸 수 있는 한 버텨보자는 심사인 것처럼 누워있었다.문숙자는 마침내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나 벗은 채 세면장으로 달려 나갔다. 배차실 마이크에서는 계속 소리 지르고 있었다."3호자, 3호차 안내원 빨리 나와. 2분 늦었어요. 안내원이 없어 차가 못나갑니다. 3호 차 3호차 안내원..." 차는 시동을 걸어놓은 듯 부릉부릉 소리를 내고 있었다. 숙자는 얼굴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후닥닥 뛰어 들어 오더니 바지를 꿰고 가 운을 걸치고 그리고는 모자를 머리에 얹은 채 총알같이 방밖으로 뛰어 나갔다. 나는 창가로 다가가 유리창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봤다. 희 뿌옇게 날이 새기 시작한 새벽길에 버스는 천천히 움직여 주차장에서 이미 50미터쯤 가고 있었다. 미처 단추도 채우지 못한 채 가운 앞자락을 움켜쥐고 달리는 숙자 모습이 보이고 숙자가 차 발판에 한발을 올려놓자마자 쏜살같이 속력을 내어 달려가는 차를 볼 수 있었다.김감독의 호명은 그 동안에도 계속 되고 있었다. 어느새 방안의 3분의1의 안내원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앉고 차츰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입석버스에는 안내원이 셋, 그리고 도시형버스에는 안내원이 둘씩 한 차에 배치되어 있었다. 원래 그 회사는 전부 입석버스였지만 도시형으로 일부가 개조되는 도중이었으며, 그 때까지는 10대 가량 개조되어 있었다.입석버스는 앞문과 뒷문에서 일하는 사람 합해서 두 명인데 뒷문보다는 앞문이 훨씬 힘이 든다. 손님은 앞문이 많고, 뿐만 아니라 운전사의 표정을 시시각각으로 정확히 읽어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줘야만 무사히 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첫날 앞문에서 일하면 이틀째는 뒷문을 맡고 세 사람이 돌아가며 사흘째는 쉰다. 세 사람 중에 만약 한사람이 사고인 경우에는 두 사람이 앞뒤를 교대로 3일이고 4일이고 계속 일을 해야 한다.첫차가 5시15분이니까 세수하고 준비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4시5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밤 12시까지 서서 일하고 숙소에 들어오는데 그들은 신통하게도 거의 다 머리를 감아야 잠을 잤다. 버스를 타보면 그렇게 기름때가 자르르하여 며칠이고 씻지 않은 듯 보였던 그들이 이토록 자주 머리를 감는 줄은 정말 몰랐었다. 샤워시설이 없으니까 대야에 물을 받아서 각방의 난로 위에 얹어 차례를 기다려 데워서 써야만했다.아이들은 마르지 않은 머리를 수건으로 꼭 싸매고 잠을 잤다. 그러지 않으면 뒷날 머리는 이쪽저쪽으로 춤을 춘다. 샤워시설이나 드라이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새벽 1시가 넘도록 세면장에서는 좔좔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잠은 하루 4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애들이 많았다.근로기준법 제57조에는 18세 이상의 여자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라도 1일에 2시간, 1주일에 6시간, 1년에 1백 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의 일을 시키지 못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그런 법이 어디에 있는지 회사직원은 물론 아이들조차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아침 9시가 되면 일할 사람은 다 나가고 휴무안내원만 남게 된다. 일찍 일어나 목욕탕에 가는 사람보다 너무 피곤해서 이불속에 그냥 누워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새벽 4시 조금 넘으면 욕지거리 섞어 깨우느라 시끄럽고 배차실 마이크가 떠들어대고, 요란한 분위기 속에서 잠이 제대로 자질리가 없다. 실제로 5시쯤이면 모두가 잠에서 깬다고 봐야 옳겠다. 나 역시 일할 사람이 다 나간 9시면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리지만 마음 놓고 쉴 시간은 거의 없었다.□「진시황」이란 별명의 사나이 □김감독은 차와 안내원을 수색하느라고 한참 바쁘고 나는 나대로 몰려드는 안내원에게서 스피아돈을 세어서 회수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김감독이 갑자기 중국집 보이 같은 말투로 소리쳤다."어서 옵쇼"고개를 들어봤더니 입사할 때 진시황이라고 소개받았던 조상무가 들어오고 있었다. 다들 퇴근하고 김감독과 나, 그리고 입금실에는 미스윤, 미스 박, 이렇게 밖에 없는데 무슨 볼일이 있을까? 이 밤중에도 색 안경은 여전히 낀 채 술을 한잔 한 듯 싱글벙글하며 난로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남자 목소리 같지 않은 높은 목소리로 "정사감, 나 좀 쳐다보시오. 진시황이라면 이 근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정사감만 나를 몰라주는 것 같아서 상당히 섭섭하단 말씀이야."입을 약간 비틀며 곁눈으로 쳐다본다."김감독, 나는 여러 번 말했지만 말이야. 어쩌다 반반한 안내원이 새로 들어오면 안 건드리고는 못 견디겠어. 마치 맛있는 음식을 보면 침이 넘어가듯이 그런 애들을 보면 그냥 못 두겠단 말이야. 나를 거친 안내원을 버스에 싣는다면 적지 않을 걸?" "아무튼 알아 모셔야 해. 죽으면 천당에 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말고 지옥에서 처녀귀신들하고 데이트나 실컷 하시지..."김감독이 응수하는 말투 역시 대단했다. 이렇게 큰 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동안에도 안내원은 계속 들어오고 나가고 했으나 모두가 그런 말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김감독은 양팔을 벌리고 그의 앞으로 다가서는 안내원들의 몸을 더듬으면서 껌 씹는 입을 바삐 돌리고 있었다."상무님은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으면 그 많은 여자들을 건드리우?""돈? 돈 좋아하네. 어떤 골이 빈 놈이 돈쓰고 여자 건드리나? 세상에 흔해빠진 것이 여잔데 뭘.""그래도 하다못해 여관비라도 들어야 할 것 아니요?""여관비 같은 소리 작작 해요. 김감독은 역시 형광등이구만. 우리 주차장 건너편 풀밭이 내 침대라는 건 이 동네사람이 다 아는데 풀밭이면 최고지 여관은 무슨 놈의 여관이야.""참말 어떤 년들이 그렇게 잘도 속아 넘어가는지 몰라.""지들이 배겨? 내 말 안 들으면 당장 해고시킨다고 한마디만 떼어놓으면 되는데.."나는 동전 세는 것이 자꾸 틀렸다. 한 사람 분을 서너번 세어도 몇 개를 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혀 그의 얘기에 흥미도 없고 듣고 있지도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콧노래를 불렀다. 진시황은 얘기하다 말고"정사감, 내 눈 좀 쳐다보시오.""네? 왜 그러세요?"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시치미를 뗐더니 징그러운 미소 비슷한 걸 띄 고 한참 아무 말이 없더니 다시 얘기를 계속했다."김감독은 잘 알겠지만 나는 말이지, 한번 점찍은 여자는 늙은이고 어린애고 쇼부를 꼭 봐야 하거든. 나같이 젊은 놈이 하고 싶은 짓 하고 설령 빵깐 신세 좀 지면 어때? 안 그래? 하기야 지금까지 수십 명을 꾀었어도 빵깐 같은 덴 구경도 못해봤지만 말이야. 그까짓 거 무서울 게 뭐야.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나? 제기랄.."진시황은 분명 술을 먹은 듯 한참 떠들다 김감독이 응수를 않으니까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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